언어규범

《ファイル》는 왜 《파일》이 아니라 《화일》인가?

우리는 흔히 글을 맞춤법에 맞게 정확히 적어야 한다고 하면서 외래어나 외국어는 별개의 문제처럼 보고 외래어나 외국어의 표기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경우가 있을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메일》을 《메루》나 《메이루》, 《훼스티벌》을 《훼스티발》과 같이 틀리게 적는 경우를 목격하군 합니다.

그런데 외래어든 외국어든 우리 글로 적을 때는 표기규범에 맞게 정확히 적어야 합니다. 만약에 외래어나 외국어를 표기규범을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적는다면 자칫하면 글을 쓴 사람의 언어수준이나 문화지식정도가 낮은것으로 평가받을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일본말인 경우로 바꾸어 생각해봅시다. 례컨대

- メイルで連絡下さい。 (メール)

- のどが渇いていたのでコラを一気飲みした。 (コーラ)

- 電車の代わりにボスで向かった。 (バス)

- カスでお湯を沸かす。 (ガス)

와 같은 글을 본다면 어떨가요? 적어도 일본말수준이 상당히 낮은것으로 받아들이게 될수 있겠고 지어는 지식수준이 낮은것으로 리해하기도 하고 《ガス》를 《かす》로, 《バス》를 《ボス》로 리해하는 등 내용전달 그자체에서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외래어나 외국어라 할지라도 소홀히 함이 없이 표기규범을 잘 알고 규범에 맞게 정확히 적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외래어와 외국어의 표기문제에 대하여 알아봅시다.

외래어와 그것이 정착된 정도

외래어(外来語)란 다른 언어로부터 들어와 조선말에 받아들여진 어휘를 말합니다. 다 아시다시피 《빵》, 《뻐스》, 《피아노》, 《화일》 같은것이 외래어입니다.

외래어는 조선말어휘로 받아들여져 정착되였다는데서 외국어와 차이나는데 외래어는 그것이 어느 정도 수용되고 정착되였는가 하는데 따라 몇가지 부류로 갈라볼수 있습니다.

1) 오랜 세월에 걸쳐 조선말에 뿌리내려 외래어라는 인식마저 희박해진 부류: 담배, 가방, 구두…

2) 외래어로 인식되나 발음이나 표기형태, 의미 등이 충분히 조선말에 가깝게 된 부류: 뻐스, 라지오, 세멘트, 껌, 고무, 슛…

3) 발음이나 표기형태, 의미 등 아직 외국어로서의 느낌이 많이 남은 부류: 메일, 화일, 쎈터, 인터네트…

물론 이러한 구분이 명백히 이루어지는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 2)부류와 3)부류는 표기상 고려할 문제가 다르기때문에 어느 정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것입니다.

외국말과 《외국말적기법》 그리고 그 원칙

정치,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대외적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언어생활에는 다른 나라의 사람이름, 지명, 과학기술용어, 료리이름을 비롯한 수많은 외국말이 들어와 쓰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말들을 되는대로 적게 되면 서사생활에 혼란을 줄수가 있습니다. 때문에 외국말을 통일적인 규범에 따라 우리 말로 옮겨 적는것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됩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외국말을 우리 말로 표기할 때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적기로 하고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것은 2012년 7월에 나온 《외국말적기법》인데 여기서는 영어, 일본말, 중국말, 로씨야말을 비롯하여 무려 51개 어종의 외국말을 우리 말로 옮겨 적는 방법을 규정하였습니다.

현행 우리 나라 《외국말적기법》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방법론적기초로 하고있습니다.

외국말을 표기할 때는 그것이 어느 나라 말인가를 알아보고 그 나라 사람들이 발음하는대로 표기하는것은 원칙으로 한다.

그러면서도 말소리의 구조가 같지 않은 다른 나라의 말을 우리 말로 옮기는 표기규범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우리 말의 말소리구조에 맞으면서도 우리 사람들의 서사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방향에서 작성하는것을 원칙으로 하고있습니다.

실례로 영어단어 《child》를 우리 글자로 옮기려 하는 경우 이 단어의 영국식발음인 [tʃáild]에 기초하여 [tʃa]를 《챠》, [i]를 《이》, 단어끝이 아닌 [l]을 받침 《ㄹ》, 단어끝의 [d]를 《드》로 대응시켜 《챠일드》와 같이 적으면 됩니다.

이처럼 외국말을 우리 말로 옮겨 적으려 할 경우 어느 언어가 원어인가를 알아보고 원어의 발음을 확인한 다음 그것을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하나하나 옮기면 됩니다.

외국말적기법의 적용범위와 외래어

앞서 외래어가운데는 정착도에 따르는 부류가 있다고 하였는데 1), 2)부류와 같이 조선말에 들어와 오래동안 쓰이는 과정에 굳어진것들은 외국말적기법에는 상관없이 굳어진대로 발음하고 표기합니다. 실례로 《뻐스》나 《보이라》, 《세멘트》, 《슛》 같은 말들은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원음(原音)대로 적게 되면 《바스》, 《보일러》, 《씨멘트》, 《슈트》와 같이 되는데 그렇게 적지는 않고 굳어진대로 적습니다.

한편 3)부류의 단어와 같이 아직은 들어와 쓰인 력사가 오래지 않고 외국어다움이 짙게 남은것들은 외국말적기법이 달라지면 표기가 달라지군 합니다. 례컨대 종전에 로씨야말식으로 《안케트》, 《뉴안스》와 같이 적던것을 1969년에 나온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원어인 프랑스말식으로 《앙케트》, 《뉴앙스》와 같이 적기로 한것도 그러한 실례입니다. 또 종전에 《소파》, 《파일》과 같이 적던것을 현재 《쏘파》, 《화일》과 같이 적는것은 2012년에 나온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표기를 바꾸었기때문입니다.

표기실천에서는?

이렇듯 우리 나라에서는 다른 언어기원의 단어들은 될수록 원어의 발음에 가깝게 적는것을 기본원칙으로 하면서도 외래어와 외국어를 갈라서 처리하여 외래어표기에서는 종전의 관습을 일정하게 존중하기로 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외래어와 외국어의 구분이 언제나 명백한것은 아니며 또 외래어와 외국어의 경계가 고정불변한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한갖 외국어에 지나지 않던것이 오랜 기간 거듭 쓰이는 과정에 점차 우리 말로 수용되여가고 나중에는 외래어로 정착되게 되기때문입니다.

때문에 표기실천에서는 《조선말대사전》이나 백과사전, 각종 용어사전들을 확인하여 거기에 올라온 단어들은 외래어로 처리하여 적고 거기에 없는 외국어단어나 다른 나라의 지명이나 인명 등을 적을 때는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적도록 하면 될것입니다.

실례로 일본말로 《フォーラム》와 같이 말하고 적는 《forum》을 본다면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공개토론회》 등으로 말하군 하는데 꼭 《forum》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경우에는 원어인 영어단어의 영국식발음인 [fɔ́:rəm]을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훠럼》과 같이 옮겨 적으면 될것입니다. 종전에 이전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포럼》으로 적은적도 있었고 남쪽의 고유명사나 명칭에 쓰이는것을 그대로 《포럼》으로 적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 외래어로 받아들여진 말이 아니므로 현재는 《훠럼》으로 적게 됩니다.

다른 실례로 《フェスティバル》(festival[féstivəl])는 우리 나라에서는 《축제》나 《축전》이라고 하는데 구태여 외국말을 써야 한다면 현행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훼스티벌》과 같이 적게 될것이며 《성》 등으로 번역되는 《ジェンダー》(gender[dʒéndə](영국식))를 《성》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뜻으로 쓰고싶을 때 외국말적기법에 따라 《줸더》와 같이 적으면 될것입니다.

《외국말적기법》원문보기